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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부로 일본 주요 기업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참가가 의무화... 일본의 탈탄소 전환 본격화
탄소 배출 저감, 재생 에너지, ESG 분야의 기술·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
2025년 5월 28일, 일본은 자국 내 대형 배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는 'GX(Green Transformation) 추진법'을 개정하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일본 내에서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을 독려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계에 법적인 의무를 부여해 탄소 배출 저감을 강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산업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 감축 기술,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ESG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GX추진법 개정, 2026년부터 무엇이 바뀌나?
GX추진법은 일본 정부가 2022년부터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제정된 환경 보호법이다. 이 법은 탄소중립을 향한 민관 협력을 촉진하고, GX 경제이행채(GX 경제전환 채권) 발행, 기술 투자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2025년 개정법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조치가 도입됐다.
이번 개정을 통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만 톤 이상인 기업은 2026년부터 배출량 거래제 「GX-ETS」 참가가 의무화됐다. 정부는 각 기업에 이산화탄소 배출권 할당량을 설정하고, 이 범위를 초과하는 배출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감축 이행 여부를 정부에 보고해야하는 의무가 강화됐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 페널티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유럽연합의 ETS(Emission Trading System) 제도와 유사한 구조이며, 일본 정부가 배출량 감축을 더 이상 민간의 자발적 노력과 협약에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배출량 거래제도 개요>

[자료: 일본 외무성(METI JOURNAL ONLINE)]
사실 일본은 탄소세나 ETS와 같은 탄소가격제 도입에 매우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일본의 산업 구조가 철강, 시멘트,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들 산업계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은 1990년대부터 산업계 자율 협약에 기반한 자율 감축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정치권에서도 탄소 가격제 도입은 이해관계 조정이 복잡하고 유권자 반발 가능성도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사안이어서 섣불리 도입이 어려웠다. 그 외에도 배출량의 정확한 측정과 검증, 회계 체계 등 탄소 거래를 위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던 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배출 감축 여력이 제한되었던 점도 일본이 탄소 가격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국제 투자자들의 ESG 요구, G7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유지 등 외부 요인이 강해지면서, 일본도 더 이상 기존의 소극적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탄소 중립 「선언」 에서 「구체적인 실행」으로... 기업의 기술 투자 증가 전망
이번 GX추진법 개정은 일본이 이제 단순한 탄소중립 "선언"을 넘어, 실행 가능한 "시장 기반 감축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감축의무가 자율적 권고 수준에서 법적으로 강제되는 수준으로 전환되면서, 배출권 거래가 기업의 투자와 전략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구조가 마련됐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GX추진법 개정으로 탄소배출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은 철강, 시멘트, 전력, 석유화학, 제조업 등 약 300~400개로 추정되며, 이들은 일본 전체 배출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고탄소 배출 산업은 감축을 위한 기술 투자가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 산업현장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생산 공정을 에너지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거나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하거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통해 자체 에너지를 공급받으려는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CCUS(탄소 포집), 바이오에너지, 수소 등 친환경 기술 도입이 늘어날 것이며, 배출권 확보를 위해 J-크레딧을 구매하거나 자체 감축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모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에도 간접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산업 전반의 GX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이러한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GX 경제이행채 발행을 통한 금융지원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ETS를 도입한 유럽연합이나 한국 등의 현행 제도 또한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늘어날 산업 및 기술 영역
이번 개정을 계기로 향후 일본 내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GHG 프로토콜 상 Scope 1부터 3까지의 배출량을 자동으로 계측하고 시각화하는 SaaS 솔루션을 포함한 탄소 회계 및 배출량 관리 플랫폼이다. 온실가스의 정확하고 공정한 측정 기준과 이를 현실로 이루어낼 기술과 시스템은 감축 계획의 수립과 이행 보고를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GHG Protocol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보고 기준>
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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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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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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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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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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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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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시설, 차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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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발전기 연소, 자가용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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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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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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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력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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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증기, 냉·난방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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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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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 전체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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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공급망·소비자·운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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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생산, 제품 사용, 출장, 폐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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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Greenhouse Gas Protocol]
둘째는 카본 크레딧 및 배출권 거래 인프라다. J-크레딧 및 국제 탄소 크레딧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배출권 거래소, 관련 시장 분석 도구, 거래 컨설팅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일본이 GX-ETS(배출권 거래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이를 뒷받침할 시장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는 에너지 효율화 및 스마트 공장 설비 관련 기술이다. 산업 현장에서 직접적인 배출 저감 효과를 실현할 수 있는 고효율 모터, 히트펌프, 압축기 등의 고성능 설비와 AI 기반 공정 제어 기술,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등 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 기술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번째는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장치(ESS) 분야이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내는 발전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전환하는 ESS와 PCS(전력변환장치) 기술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기업 간 전력 구매 계약(PPA)을 중개하는 플랫폼 역시 민간 중심의 재생에너지 거래 활성화를 뒷받침할 핵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다섯번째는 탈탄소 기술이다. 수소 연료의 실용화, 바이오매스 연료 활용,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닌 산업의 근본적인 탄소 구조 전환을 가능하게 하며,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분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ESG 및 기후 관련 컨설팅·인증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별 ESG 전략 수립, 기후리스크 대응,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등과 관련해 ISO 14064, TCFD, CDP, SBTi 등 국제 기준에 대응하는 전문 자문과 인증이 필수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문 컨설팅 기업 및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의 움직임
일본의 3대 제철기업 중 하나인 고베제강은 전기로(EAF) 도입을 확대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고베제강이 발표한 2024년~2026년 중기 경영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40% 감축하기 위해 약 3,000억 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전기로는 고철을 전기로 녹이는 방식으로, 석탄을 사용하는 용광로(고로)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철강업계의 주요 탈탄소 수단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베제강은 일본 정부의 전기로 전환 보조금과 CCUS 지원 등 철강 부문 GX 정책과 발맞춰, 글로벌 완성차·전자업체가 요구하는 ‘그린 스틸’ 생산에도 적극 대응하는 등 생산 공정의 전환을 통한 대규모 감축과 정책·시장 연계를 동시에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에너지 대기업 COSMO ENERGY 사는 플랜트 설계 전문 닛키홀딩스, SAF 제조 기술을 보유한 레보인터내셔널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올해 3월 오사카부 사카이 정유공장에 연간 3만㎘ 규모의 친환경 항공연료(SAF) 플랜트를 준공하며, 올해 4월부터 SAF 생산을 시작했다. 폐식용유를 원료로 한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80%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산업 특성 상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항공 업계에게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COSMO사는 해당 연료를 JAL, ANA, DHL 등 항공·물류 대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자사 Scope 1·2는 물론 고객사의 Scope 3 감축에도 기여하게 된다. SAF 생산 실적은 향후 J-크레딧 인증이나 GX-ETS 상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탄소 감축과 수익성 모두를 고려한 GX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COSMO, 닛키 홀딩스, 레보인터내셔널 3사의 SAF 플랜트 준공 기념 사진(3.7)

[자료: COSMO ENERGY]
시사점과 기회
일본의 GX추진법 개정은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정책적 전환점이다. 이는 단지 일본 내부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교류 속에서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2010년대 중반 ETS와 탄소세 체계를 미리 갖추며, 이와 관련한 유무형의 제품과 경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한국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 에너지 IT 시스템 등은 일본의 탈탄소화 수요에 부합하며, 관련 기술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 국내 ESG 및 탄소회계 SaaS 기업들은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일본 기업과의 공동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에서 카본 크레딧을 창출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수소, ESS 분야에서 일본 내 실증 프로젝트나 사업화에 한국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자료: 일본 국회, 일본 경제산업성, 외무성, 닛케이신문, 고베제강, COSMO ENERGY, Greenhouse Gas Protocol,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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